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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시인 詩心 世界■···가을비가 겨울의 문고리를 잡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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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1.01 21:52
▲ 하늘시인 이영하
 
 
 
가을비가 겨울의 문고리를 잡을 때
 
(하늘시인 이영하)
 
오늘의 비는
가을의 마지막 잎을 적시며 내린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마다
떠나지 못한 계절의 이름이 맺혀 있다.
 
은행잎은 젖은 길 위에 노란 편지를 한 장씩 내려놓고,
바람은 그 편지를 읽을 틈도 없이
겨울 쪽으로 서둘러 간다.
 
창가의 화분에는
늦게 핀 꽃 한 송이가 고개를 들고,
나는 그 작은 꽃을 보며
떠나는 계절을 붙잡지 않기로 한다.
 
사랑도 때로는 그러하리라.
곁에 머무는 일만이 사랑은 아니어서,
떠나는 등을 오래 바라보되
그 발목을 잡지는 않는 것.
 
가을비가 겨울의 문고리를 잡는 저녁,
낡은 외투 한 벌을 꺼내 걸고
아직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눈다.
유리창에 번지는 빗줄기 사이로
오래된 그리움 하나가
첫눈보다 먼저 마음에 내려앉는다.
 
 
 
<시작 노트 — 가을비가 겨울의 문고리를 잡을 때>
 
 
1.주제 및 배경
 
가을비가 내리며 단풍이 지고 겨울이 가까워지는 계절의 경계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계절의 이별을 인간관계의 사랑과 그리움에 겹쳐 놓고, 떠남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마음을 담았다.
 
 
2.시적 구성
 
가을비와 젖은 은행잎, 겨울로 향하는 바람을 통해 계절의 이동을 그린 뒤, 창가의 늦은 꽃을 매개로 사랑의 의미를 성찰한다. 마지막에는 차 한 잔과 유리창의 빗줄기를 통해 그리움이 마음에 내려앉는 장면으로 마무리했다.
 
 
3.시적 감수성
 
가을이 끝나는 풍경을 단순한 상실이나 쓸쓸함으로만 표현하지 않았다. 떠나는 것을 붙잡지 않으면서도 오래 바라보는 마음, 곁에 있지 않아도 따뜻함을 나누는 사랑의 품격을 담고자 했다.
 
 
4.비유 및 표현 기법
 
가을비를 ‘계절의 이름이 맺힌 물방울’로, 은행잎을 ‘노란 편지’로 표현해 자연에 정서적 의미를 부여했다. ‘겨울의 문고리를 잡는 가을비’라는 의인화로 계절의 전환을 한순간의 움직임처럼 형상화했다. ‘첫눈보다 먼저 마음에 내려앉는 그리움’은 계절의 변화와 내면의 감정을 연결하는 핵심 이미지다.
 
 
5.시적 메시지
 
사랑은 언제나 붙잡아 두는 데 있지 않다. 떠나는 것을 존중하면서도 그 존재를 따뜻하게 기억하는 마음 또한 깊은 사랑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마음속 온기만은 지켜 낼 수 있다는 뜻을 전하고자 했다.
 
 
6.시인의 메모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는 계절이 떠나는 소리와 다가오는 계절의 발소리가 한꺼번에 들린다. 그 사이에서 한 사람을 떠올리고, 함께 나누었던 온기를 기억하는 일이 시가 되었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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